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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성직자 성추문: 볼리비아 사건과 구조적 문제의 민낯

삥뽕뿡삥 2025. 4. 25. 20:08

볼리비아 라파스에서 시민들이 학대 혐의를 받는 가톨릭 교회에 항의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아이들은 지옥에서 살았다" 남미 볼리비아 사제들 성추행 : 네이트 뉴스

 

 

가톨릭 교회가 다시 한 번 심각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오랜 전통과 도덕적 권위를 자랑하던 종교 조직이지만, 전 세계적으로 반복되는 성직자 성범죄와 그 은폐 의혹은 교회의 도덕적 기반을 크게 흔들고 있다. 특히 최근 볼리비아에서 폭로된 성추문 사건은 단순한 개인의 일탈을 넘어, 가톨릭 교회 내부의 구조적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 볼리비아: ‘성인의 얼굴을 한 악마들’

이번 사건의 중심에는 스페인 출신 **예수회 소속 성직자 알폰소 페드라하스(Alfonso Pedrajas)**가 있다. 그는 1970년대부터 볼리비아 내 기숙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신부로 봉직하며, 최소 수십 명의 어린이를 성적으로 학대한 것으로 밝혀졌다. 사망 후 가족에 의해 발견된 그의 자필 일기에는 충격적인 고백이 담겨 있었다.

“나로 인해 고통받은 사람이 너무 많다. (약 85명?)”
— 알폰소 페드라하스 신부의 고백록 중에서

당시 학대 피해자였던 페드로 리마는 “아이들이 지옥에서 살았다”며, “낮에는 성인이었지만 밤에는 악마였다”고 증언했다. 그는 신학교 시절 동료 사제들의 성범죄를 고발했지만, 오히려 예수회에서 추방당했다고 밝혔다. 피해자 다수는 어린 시절 반복된 학대에도 불구하고, 두려움과 수치심 속에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 교회의 대응: 사과, 조사, 그러나 ‘늦은 대응’

사건이 폭로되자, 예수회 볼리비아 관구는 내부 조사에 착수하고 관련 자료를 사법당국에 제출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특별 조사관을 파견하고 교황청 차원의 협조를 약속하며 사태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피해자들과 비평가들은 이를 **“너무 늦은 대응”**이라 지적한다. 실제로 다수의 가해 성직자들은 이미 사망한 상태였고, 교회 내부에서 이 사실을 알면서도 수십 년간 묵인한 정황도 드러났다. 한 동료 성직자는 페드라하스 신부의 고백을 듣고도 **“고해성사에서 말하지 말라”**는 조언만 했을 뿐, 문제 해결은커녕 침묵을 강요했다는 점이 특히 논란이 됐다.


🗣️ 사회적 반향: 분노와 실망, 그리고 개혁의 목소리

볼리비아 국민들의 분노는 컸다. 수도 라파스를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는 가톨릭 주교회의를 규탄하는 시위가 이어졌고, SNS와 언론은 비판 여론으로 들끓었다. 볼리비아 대통령 루이스 아르세는 교황에게 직접 서한을 보내며, 진상 규명을 위한 교황청의 협조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번 사건은 국제적으로도 큰 파장을 일으켰다. 유럽과 북미 등 주요 매체들은 사건을 집중 보도하며, 가톨릭 교회가 반복적으로 성범죄에 미온적으로 대응해온 관행을 강하게 비판했다. 일부 신자들은 교회를 떠나는 선택을 했고, 또 다른 이들은 피해자들과의 연대를 통해 교회의 정화를 요구하고 있다.


⚙️ 구조적 원인 분석: 은폐, 위계, 그리고 무책임

이번 사건은 단순한 ‘개인의 범죄’를 넘어, 가톨릭 교회 조직 자체의 고질적인 문제들을 드러냈다.

  1. 폐쇄적 위계 구조와 권위주의 문화
    교회 내 성직자는 절대적 권위를 갖는다. 피해자들은 문제 제기가 사실상 불가능했고, 문제를 드러낸 자는 징계당하는 일이 반복됐다.
  2. 은폐 문화와 책임 회피
    가해자의 범행을 알고 있던 성직자들이 묵인했고, 교회는 사법기관이 아닌 내부 해결 방식을 고집해 문제를 키웠다.
  3. 피해자 보호 장치의 부재
    공식적인 보고 절차나 피해자 보호 체계가 부실했다. 제보자는 쉽게 고립되고, 가해자는 ‘전임’ 형식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으로 끝났다.
  4. 중앙 교황청의 미비한 통제력
    2019년 이후 성범죄 관련 규정이 강화됐지만, 각국 교구는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고, 교황청도 효과적인 감독을 하지 못했다.

📢 진짜 쇄신 가능할까?

볼리비아 사건은 전 세계 가톨릭 교회가 더 이상 침묵하거나 관행을 답습할 수 없는 국면에 도달했음을 보여준다. 피해자 치유와 정의 실현 없이는 신뢰 회복은 불가능하다. 이제 교회는 선택해야 한다.

  • **무관용 원칙(Zero Tolerance)**의 철저한 이행
  • 외부 기관과의 투명한 협력
  • 피해자 중심의 보호 체계 구축
  • 과거의 은폐에 대한 진실 공개와 책임 이행

이러한 노력이 없다면, 교회는 또 다른 ‘볼리비아 사건’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 결론
가톨릭 교회는 지금, 역사상 가장 중대한 신뢰의 위기를 맞고 있다. 피해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투명한 책임을 지는 것만이 진정한 신앙 공동체로서의 회복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교회의 진정한 쇄신은, 말이 아닌 행동에서 비롯되어야 한다.